창한 날씨에 마음이 설레이는 계절이 왔다.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업장마다 조금씩 자신들의 개성을 담은 신제품이나 콘셉트를 강화 또는 변화시킨 새로운 스테이지를 준비하는 요즘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일상을 더욱 맛있게 만드는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았다.
우리밀을 연구하는 젊은 베이커의 치트키, 위스키 크루아상으로 인기 급상승한 용산 언덕 위의 작은 빵집 락희, 라망 시크레와는 또 다른 테마와 콘셉트로 새단장 한 조선팰리스의 이타닉 가든. 싱가포르의 치킨 라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열광시킨 원디그리노스에서의 메뉴들과 마일로 한잔, 그리고 갤러리아 고메494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이치에 to go를 소개하며 마음속으로 봄소풍을 떠나본다.
1. 락희
용산, 삼각지, 후암동이 핫플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업종의 새로운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맛있는 커피나 빵을 만날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 많은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락희다. 트위터를 통해 위스키 크루아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알게 된 락희는 오픈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곳으로, 젊은 베이커가 운영하는 1인 빵집이다. 번화가 구역을 벗어나 유치원과 아파트를 향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이 빵집은 우리밀을 사랑하는 김민혁 베이커가 많은 품목은 아니지만, 꼼꼼하게 하나 하나 정성을 들여 빵을 만드는 곳이다.
특히 입소문이 난 위스키 크루아상은 김민혁 베이커가 좋아하는 위스키의 취향을 크렘 파티시에*에 그대로 담아 우리밀로 만든 크루아상에 채워 완성한다. 주문과 동시에 크림을 채우기 때문에 바삭한 크루아상의 결을 눅눅하지 않게 살릴 수 있다. 매번 다양한 위스키(아란, 럼릭 등)을 사용하며 위스키의 캐릭터에 맞는 조합으로 크루아상의 디테일을 가감한다는 점도 재치있다. 요즘 가장 핫한 품목이기 떄문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한다.
위스키크루아상
이 외에도 소금빵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소금 버거, 레스큐어 버터로 만든 고급스러운 레스큐어 식빵, 동메달이라는 이름을 붙인 쿠인아망, 피낭시에 등을 추천한다.
전화 02-713-8880
주소 서울시 용산구 산천동 1-27
영업시간 11:00~19:00 – 월요일 휴무
2. 이타닉 가든
역삼동의 새로운 랜드마크 조선 팰리스 호텔의 시그니처 레스토랑 중 한 곳인 이타닉 가든이 넥스트 스테이지를 맞이했다. 라망 시크레의 손종원 셰프가 이타닉 가든의 새 시즌을 담당하며 또 다른 매력을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했다. 라망 시크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는 점이지만, 어려운 콘셉트나 억지스러운 스토리텔링이 아닌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에 손종원 셰프만의 디테일을 덧붙인 점이 돋보인다.
식사 초반에 살짝 투어를 할 수 있었던 치킨은 콜드와 핫, 넓은 워크인 냉장, 냉동고까지 갖추어져 있었고 차분하고도 재빠르게 돌아가는 팀원들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종류의 코스 요리로만 진행되는 식사에는 꼭 와인 페어링을 곁들여 보길 추천한다. 와인을 핸들링하는 소믈리에의 역량에 따라 그날의 식사의 승패(?)가 좌우되는데 이타닉 가든의 경우는 맛있는 것에 더 맛있는 것을 더하는 레이어드로 완성이 되기에 꼭 보틀이나 페어링을 주문해야 한다. 한식에 가까운 장르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페어링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컨벤셔널과 전통주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다.
음식으로 돌아가면, 처음부터 설레임과 성급함을 동시에 지닌 손님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자작나무 수액을 시작으로 온화한 분위기의 코스가 시작된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해서 만든 미음과 잣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한 마카다미아의 두툼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아직 꺠어나지 않은 입맛을 돋우기 위한 미나리 소르베는 동그랗고 푸른 채소 디스크 아래에 농장에서 온 화사함 가득한 봄 꽃과 허브들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 감칠맛 넘치는 토마토 워터와 미나리 즙을 부어주면 코끝을 향기롭게 자극한다. 눈과 입 동시에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메뉴도 등장. 계란 흰자 막에 오징어 먹물로 색을 입혀 마블링을 멋스럽게 표현한 캐비아 디시는 그 화려함부터 맛의 조화까지 잘 잡아낸 감동이 있었다.
식물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부 인테리어와 옥색 컬러감도 산뜻하지만 봄의 메뉴라서인지 매 순간 맞이하는 디시들의 컬러감이 아름다웠다. 특히 유채꽃을 리스처럼 두른 숭어 디시는 맛과 비주얼 모두 만족스러웠다. 숙성한 숭어 뼈와 귤 비네그레트, 숭어 살과 절인 숭어 알이 작은 디시에 모두 담겨있다. 메추리 요리는 특히 그 아이디어가 참 재기 발랄했는데 건해삼을 채운 메추리와 꽃빵처럼 돌돌 말린 반죽 안에 메추리 다리를 넣은 두 가지 패턴으로 선보였다. 메인으로 봄나물과 함께 준비한 한우는 통으로 조리하지 않고 레이어를 쌓아 조리한 점 또한 단조롭지 않았다.
디저트는 그 유명한 자개상자에 3단계로 준비하여 펼쳐주는 정성을 만끽했다. 긴 식사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며 그에 걸맞는 와인 페어링을 즐길 수 있었는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특별한 날 창 밖 뷰를 즐길 수 있는 좌석을 미리 예약해도 좋겠고 식사의 특성에 따라 BAR 자리도 추천한다.
전화 02-727-7610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31 조선팰리스 36층
영업시간 12:00~22:00 – 월요일 휴무
3. 원 디그리 노스 One degree north
신규 업장인 듯 싶지만, 이미 1년 정도 공유 주방을 이용해 배달 사업으로 인기를 얻었던 브랜드 원 디그리 노스가 정식으로 강남구청 부근에 오픈을 했다. 싱가포르 현지의 맛과 감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실제로 싱가포르인 요리사가 키친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방문을 했음에도 자리가 꽉 차 있는 인기는 음식의 맛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전통 화덕 아시안 바비큐를 표방하는 원 디그리 노스에서 가장 눈에 띈 메뉴가 싱가포르 치킨이었다. 워낙 현지에서도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닭백숙을 능가하기가 어려운 터라 맛을 쉽게 볼 수 없는 메뉴 아닌가!
싱가포르 치킨라이스
하지만 이 외에도 입맛에 딱 맞았던 메뉴는 이곳의 시그니처인 닭다리 살만 사용해 특제 소스에 재워 튀긴 브라운 치킨과 24시간 재운 삼겹살에 특제 소스를 발라 숯불 화덕에 구운 광둥 차슈였다. 물론 멋진 비주얼의 로스트 포크와 광둥 오리도 있다. 점심에 방문해 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치킨 라이스나 드라이 에그 누들, 라유 누들을 선택해 더할 수 있다. 내 입맛에는 라유 누들이 확실히 좋았다. 차슈와 로스트 포크 그리고 광둥 오리를 섞어 구성한 콤보 메뉴도 2개가 있으니 선택에 따라 즐길 수 있다. 특히 너무나 반가운 아이스 마일로 다이노소어 음료도 놓치면 안 되는 싱가포르의 감성이다.
라유누들
차슈&로스크포크&광둥오리콤보
차슈&로스트 포크 반반
아이스 마일로 다이노소어
전화 010-6832-6525
주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43길 8
영업시간 11:30~15:00/17:30~21:00 – 일요일 휴무
업계 소식
티에리스와 단단한 바다 팝업 소개 및 핀즈 팝업
커피도 산지에서 직접 골라 다이렉트 바잉을 하는 시대에 차 역시 그러한 섬세한 과정과 선택을 통해 우리에게 도착한다. 최근 The season of tea라는 차 전문 서적을 출간한 정다형 대표의 티에리스 티룸에서 재미있는 팝업들이 열리고 있다. 지난 2월 초에는 단단한 바다 김나영 대표와 함께 미트볼 샌드위치와 차를 페어링하여 팝업을 운영했다. 고기의 육향과 스모키한 홍차의 조합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 지 새로이 깨닫게 된 기회였다. 3월 17일에는 핀즈의 김범주 파티시에와 함께 디저트 팝업을 준비중이라 한다.
티에리스 티 스탠드에서는 브리티쉬 크림 티와 차를 즐길 수 있고 티에리스 티 룸은 좋은 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는 좋은 공간이자 다양한 협업 콘텐츠를 준비하는 곳이다. 티에리스의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화 02-6013-8899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287길 9-1
영업시간 12:30~22:00(마지막 주문 21:00) – 화요일, 명절 휴무
이치에 to go 갤러리아 고메 494 입점
이치에, 고료리켄, 회현식당의 예약에 실패했다면 고민 말고 갤러리아 고메494로 달려가자. 이치에의 스테디 셀러인 가라아게와 고등어 볶음밥, 나베 밀키트와 함께 회현식당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폴리탄과 에비 후라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신선하고 품질 좋은 스시도 준비되어 있다. 새로 리뉴얼을 마친 갤러리아 고메 494의 야심작인 이치에 to go. 당분간 김 건 셰프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4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