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리본서베이] 2022 가정의 달 5월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 소식: 커피 트렌드

가정의 달 5월,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 신규 업장과 풍성한 행사 소식이 있었다.

약수역 주변 보헤이커피와 삼청동의 네마커피는 지역사회의 스페셜티 커피로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외에 지난 5월 8일,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신간 출판과 함께 커피리브레, 김사홍 바리스타, 펠트커피, 프릳츠커피, 502커피, 헬카페, 토츠커피뉴욕이 함께하는 게스트 바리스타 연합 행사에 500여 명의 손님들이 입장하여 네 시간 만에 커피가 품절되는 등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1. 보헤이커피 Bohey COFFEE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 초기부터 꾸준히 활동, 후배 여자 바리스타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신채용 바리스타가 오랜 준비 끝에 본인의 첫 번째 매장 보헤이커피를 시작했다. 참고로, ‘보헤이’ 라는 이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평화로운 섬 ‘보헤이 둘랑’을 의미한다.

보헤이커피는 약수역에서 신당동으로 방면으로 나즈막한 언덕길을 살며시 올라, 좁은 골목을 한참 돌아돌아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마지막 골목 앞에서는 정말로 카페가 있을지 고민을 했는데, 잠시 후에 자그마한 간판의 보헤이커피가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한복집을 개조한 매장은 안쪽 골방, 커피 바와 카페 공간이 조심스럽게 분리되었고, 운치 있는 소품으로 채워진 각각의 공간이 섬세한 음악과 함께 다정하고 아늑하다.

매장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달라코르테 1그룹 소형 머신, 브루잉 커피는 추출식 하리오와 침지식 클레버를 교대로 사용한다. 보헤이커피는 커피리브레를 비롯해 부산의 힙스터 베르크로스터스, 망원동 스페셜티 커피 딥블루레이크와 같은 로스터들의 원두를 수시로 선택하여 매장의 커피로 제공하고 있다. 브루잉(핸드드립) 커피는 커피리브레에서 로스팅한 니카라과 파카마라* 커피를 마셨다. 좋은 커피와 훌륭한 바리스타 덕택에 폭발적인 커피 향미와 안정감 있는 단맛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보헤이의 카푸치노는 커피와 우유의 조합이 단단하고, 우유의 단맛이 커피와 입체적으로 결속되는 느낌이었다. 매장의 커피 메뉴는 브루잉 커피와 밀크 커피만 준비되었다. 설탕이나 시럽을 사용한 시그너처 커피는 없다. 한국에서 창작 메뉴 커피를 가장 잘 디자인하는 신채용 바리스타의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커피의 존재감이 각별하다.

보헤이커피는 신채용 바리스타가 직접 제작한 커피 잔을 사용하고 있다. 브루잉 커피는 부르고뉴 와인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튤립 형태로 커피의 향미와 부케가 응집과 발산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카푸치노 커피 잔은 잔의 림*을 섬세하게 작업해서 밀크 커피의 촉감을 배가했다. 커피 잔의 비주얼과 커피의 개성을 풍부하게 느끼게 하는 기능이 모두 만족스럽다. 수제로 제작한 잔들의 투박한 느낌보다는 깔끔하면서 개성 있는 곡선이 유려한 느낌에 가깝다. 커피 잔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라도 꼭 방문을 권하고 싶다. 훌륭한 커피와 정교한 추출, 섬세한 커피 도구, 아름다운 음악과 공간의 조화, 오랜 경력을 지닌 바리스타의 배려 있는 환대까지 좋은 카페의 본질이 충실한 매장이다.  1인 스페셜티 커피 매장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면, 두고두고 나만 아끼고 누리고 싶은 완소 커피 매장이다.

*파카마라(Pacamara): 파카스(Pacas)와 마라고지페(Maragogipe)의 교배종이다. 각각의 장점을 잘 섞어 생산성이 좋고 맛 또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충해에 취약하고,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에서 많이 재배한다.

*림(rim): 커피 잔이나 와인 잔의 입술에 닿는 부분

전화 없음

주소서울 중구 동호로15가길 15 1층
영업시간 화, 목요일 12:00~18:00, 수, 금, 토요일 12:00~20:00  | 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bohey_coffee/

2. 네마커피 nema coffee

프릳츠커피의 팀장으로 오랜 시간 근무했던 채수휘 바리스타가 함께 일했던 김사곤 바리스타와 네마커피를 시작했다. 젊은 청년들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은 삼청동에서 커다란 반향을 얻었지만, 부득이한 외부 사정으로 세 달이라는 시한부 운영 끝에 매장을 접어야만 했다. 수많은 현업 바리스타들이 이들의 도전을 응원했고, 네마커피는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3월, 골목길 전망 좋은 한옥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네마커피의 새로운 매장 위치는 삼청동 파출소와 삼청동수제비의 중간, 골목길을 올라가 야트막한 언덕이다. 매장을 찾아 모처럼 삼청동을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여운이 있었다. 한옥을 개조한 네마커피는 파티오와 같은 내부 정원의 햇살이 아름답고, 통창으로 살펴보는 삼청동과 청와대 방면 정경이 멋스럽다.

네마커피의에스프레소 머신은 수동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의 상징 슬레이어, 그라인더는 단맛이 좋은 커피에 적합한 미토스, 브루잉 (핸드드립) 커피는 안정적인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한다.네마커피는인천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크로마이트(CHROMITE COFFEE)의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에스프레소용 블렌딩은 네마커피 특별 블렌딩이고, 싱글오리진은 크로마이트에서 선별하는 커피들을 공유한다. 네마의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중간 이상으로 볶은 중배전 커피를 무리하지 않고 추출해서 전체적으로 단맛과 밸런스가 좋았다. 기본 에스프레소가 훌륭하지만, 아메리카노, 밀크 커피와의 궁합이 좋다. 브루잉 커피는 에티오피아 아이스드립, 에티오피아 커피의 섬세한 장미 향과 시원한 아이스 드립의 청량감이 매우 잘 어울렸다.

네마커피의 공간은 채수휘, 김사곤 바리스타의 취향으로 수동 카메라를 비롯한 재미난 소품들이 많다. 매장의 손님은 삼청동 관광객 외에도 커피 업계의 바리스타, 그리고 지역 주민이 많았다.  부쩍 오른 임대료를 못 이기고 사라진 수많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에 대한 반향으로 지역 주민들이 모처럼 새롭게 시작한 젊은 바리스타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잘 느껴졌다. 네마커피는 조만간 새로운 매장을 추가할 예정이고, 독자적인 로스팅 작업실도 준비 중이다.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젊은 바리스타들의 도전을 통해서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더욱 다이나믹해진다.

전화 070-8880-4278

주소서울 종로구 삼청로 86-4 1
영업시간 08:00~20:00 | 토, 일요일, 공휴일 10:00~20:00 | 연중무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nemacoffee/

3.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에서 성수까지> 출판 기념 게스트 바리스타 연합 행사

지난 5월 8일,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 심재범 두 작가가 공동 작업한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의 신간 출판 기념 행사가 펠트커피 청계천 매장에서 진행되었다. 커피리브레의 서필훈 로스터가 직접 로스팅한 케냐 기티투커피*를 김사홍 바리스타가 추출하는 일일 자선 카페 행사다.

헬카페의 권요섭 바리스타는 행사 당일, 개인 소장하던 엘피(LP) 음반을 펠트커피의 웨스턴일렉트릭 스피커를 통해 하루 종일 클래식과 재즈, 트로트, 동요까지 넘나드는 자유로운 음악의 바이브를 선보였고, 헬카페의 임성은 바리스타는 브루잉 커피바에서 커피를 내렸다. 502커피는 당일 행사 진행 디자인 작업과 브루잉 커피바를 담당했다.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와 미국 뉴욕 커핑 챔피언 출신 미국 전국대회 2위 수상에 빛나는 토츠커피뉴욕의 린지로 챔피언은 일반 관객을 위한 무료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날의 압권은 세계 로스팅 대회를 최초로 2연패한 서필훈 로스터가 특별히 작업한 기티투 싱글오리진 커피를 한국 최고 김사홍 바리스타와 펠트커피 직원들이 함께 추출한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였다. 선명하고 농익은 자두, 화려하고 깔끔한 자몽의 청량감이 떠오르는 샴페인과 같은 스파클링한 느낌의 에스프레소는 대회장이 아닌 매장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당일 오픈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펠트커피 청계천 매장 앞에서 대기를 했고, 수많은 커피인들이 기쁜 마음으로 행사에 동참하는 축제와 같은 자리였다. 가정의 달 5월, 선물 같은 커피인들의 행사 덕택에 모처럼 스페셜티 커피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기티투커피(Gititu coffee): 케냐키암부(Kiambu) 지역의 기티투 조합(Gititu Coffee Farmers Cooperative)에 소속된 수백 명의 지역 소농들의 커피를 모아 기티투 가공장에서 워시드 방식으로 생산된 커피. 자두, 자몽, 블랙베리, 라임 등의 향미를 지니고 있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최근 조원진 작가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를 공동 출판하였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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