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송글송글 나도 모르게 맺히는 날씨다. 시원한 공간을 찾고 청량한 칵테일을 떠올리는 여름밤이 도래했다. 너도 나도 솜씨를 자랑하듯 오픈하는 업장들의 개성 넘치는 메뉴가 다채롭다. 나라별 장르, 규모와 요리의 카테고리에 따른 구분 등 선택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맛의 보물섬을 찾을 수 있을까?
6월의 신규 업장으로, 임프레션에서 근무했던 엄태준 셰프의 다이닝 레스토랑 솔밤, 골드피쉬의 수제 만두 전문점 골피식당, 밍글스 수셰프였던 이원석 셰프의 다이닝 레스토랑 매튜, 서촌의 새로운 타코 전문점 벨라 또띠아, 만리동 칵테일바 포어포어포어 등 5곳을 만나보자.
솔밤 SOLBAM
올해 초 오픈 한 다이닝 레스토랑 솔밤은 임프레션에서 근무했던 엄태준 셰프가 독립해 꾸려나가는 공간이다. 오픈 초반부터 단골로부터 많은 집중과 애정을 받았던 터라 다소 늦은 감이 있는 방문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이 강했다.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은 요리의 완성도와 감동도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홀의 서비스, 즉 호스피탈리티의 역할도 소홀할 수는 없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압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활력 넘치는 에너지가 솔밤에 있었다. 자연스러운 스몰 토크와 선을 넘지 않는 세련된 대화의 개입이라던가 식사의 리듬을 깨지 않으면서 솔밤의 음식을, 와인을 이야기하는 기술이 수려했다. 어느 한 명의 서비스가 도드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곳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아주 즐거워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듯 한 모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코스는 사용한 식재료를 나열함으로써 간결한 가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코스의 수는 많은 듯 보이나 포션은 딱 알맞은 정도다. 뉴욕 EMP(Eleven Madison Park) 출신의 엄태준 셰프가 직접 기획하여 제작했다는 기물이 주는 입체감이나 식사를 더 즐길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은 그 긴 코스 안에 색다른 플로우를 선사한다. 뿔소라와 전복 디시나 풋마늘과 문어, 바지락을 더한 제철 생선 디시, 그리고 해삼까지 이어지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특히 메추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반가울 메뉴가 준비된다. 숙성 한우를 선보일 때의 퍼포먼스 또한 꽤 정갈하면서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꾀한 점도 눈에 띄었다.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디저트였지만 근래 맛 본 레스토랑 디저트들 중 다시 생각날 만한 심플하고 아름다웠던 우유와 통카빈*의 마리아주는 심상치 않은 접근이었다. 차가 나올 즈음에 자칫 처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화사한 티트레이를 통해 다잡았다. 안동 출신의 이 젊은 셰프가 만들어 내는 정교한 설계의, 하지만 어렵지 않도록 의도된 요리들은 앞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통카빈(tonka bean): 콩과에 속하는 쿠마루 나무 열매의 씨. 검고 쭈글쭈글하면서 길쭉한 모양으로, 향이 강하므로 소량을 넣어 각종 크림에 향을 내는 데 사용한다.
전화 070-4405-7788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37길 6 4층 | 주차 발레 파킹
영업시간 17:30~22:30 | 일, 월요일 휴무
골피식당 golfisikdang
압구정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는 골드피쉬 딤섬퀴진이 홍대에 오픈한 수제 만두 전문점. 단순히 수제 만두 전문점이라 하기에는 도삭면으로 말아 낸 우육면의 육수가 예사롭지 않고 수육의 퀄리티 또한 남다르다. 한 접시에 8천 원 정도로 책정된 물만두와 튀김만두에 연태 고량주와 칭따오를 적당히 섞어 마시면 세상 시름이 사르르 녹아 내리는 그런 맛이다.
수육
샐러리새우물만두
표고튀김만두
새우춘권
샐러리 새우 물만두와 표고 튀김만두를 가장 자주 주문해 먹었고, 고수 튀김만두는 약간의 매콤한 맛이 향채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며, 완자가 들어 있는 완탕면이나 만둣국도 장마철이나 해장에 그만이다. 주말 낮에 조조 영화를 본 후 들러 물만두와 튀김만두, 수육, 우육면으로 한끼를 채우기에 아쉬움이 없다. 조용한 홍대 안쪽 골목에 다시금 즐식가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게 될 듯한 작지만 알토란 같은 식당이다.
우육탕
완탕면
전화 02-355-5266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9라길 19 | 주차 불가
영업시간 11:30~15:00/17:00~21:00(마지막 주문 20:30) | 화요일 휴무,
매튜 Matthew
영동대교 끝자락, 성수의 끄트머리가 요즘 북적거린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오픈한 와인바 뱅글의 영향일까. 더불어 뱅글의 반대쪽 입구를 맡고 있는 이원석 셰프의 다이닝 레스토랑 매튜. 성수동다운 착한 가격대의 솜씨 좋은 요리들이 코스로 준비된다.
줄무늬전갱이
가스파초
생강, 청포도타르트
단새우
오징어
밍글스의 수셰프로 오래 일했던 만큼 단정한 매무새의 음식들은 익숙해 보일 수 있지만, 코스의 중반으로 이어지는 요리들부터는 이원석 셰프의 캐릭터가 서서히 드러난다. 특히 오징어 순대와 메추리 디시는 단연 사랑받기에 충분한 완성도와 맛을 자랑한다. 와인 리스트 역시 전문가의 손길을 더해 코스에 어울리는 라인업을 잘 맞춰 나가고 있다. 보통 페어링도 좋지만 힘있는 보틀 한 병과 메인에서 글라스로 추가 오더를 하는 방법도 꽤 만족도가 높았다.
샴페인
농어
메추리
양갈비
부키티니
디저트 또한 정성 들여 준비한 태가 난다. 차 전문점인 티에리스(TeEris)가 블렌딩한 호지차는 코스의 대미를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은은히 입 안에 남겨지는 그 향이 귀갓길의 기분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계절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좀 더 자주 매튜를 찾게 될 것 같다.
디저트와인
메밀 몽블랑 우유 아이스크림
블렌디드 호지차
전화 02-465-9125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5길 31, 1층
영업시간 12:00~15:00/18:00~22:00(마지막 주문 20:30) | 일, 월요일 휴무
벨라 또띠아 Bella Tortilla
서촌이라는 상권이 다시금 새로운 이름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실력에 따라 줄을 세우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제각각이다. 상수에서 이전 오픈한 서촌의 타코 전문점 벨라 또띠아는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11시 반 오픈 시간에 맞춰 조용히 줄이 생긴다. 외국인들의 방문 빈도도 꽤 높은 듯한 이곳은 직사각형의 묘하게 좁은 공간에서 운영이 된다. 반 정도는 키친으로 사용되며, 3명의 직원들이 요리를 하고 서빙을 본다. 하지만 불편함 없이 순서대로 손님을 대응하는 시스템 덕인지 다들 불만 없이 기다림을 선택한다.
케사디야
타코
부리토
부리토볼
포장과 매장에서 직접 먹고 가는 방법으로 운영이 된다. 코로나 병맥주 한 병씩 주문해 놓고 타코와 브리토 볼 등 새우와 비프, 치킨과 카르니타스를 골고루 섞어가며 주문한다. 대중적인 메뉴인 케사디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고구마 튀김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전화 02-326-3006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42
영업시간 11:30~14:30/17:30~21:00(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 월, 화요일 휴무
포어포어포어 Pour Pour Pour
만리동 언덕에 뜬금 없는 칵테일 바 포어포어포어. 이 길에 이런 조용한 공간이 들어서다니 약간은 의아한 면이 없지 않다. 와인 수입사 대표로, 칵테일을 준비하는 바텐더로, 글을 쓰는 작가로, 자신의 재능을 조용히 발휘하고 있는 서홍주 대표의 취향과 디테일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메뉴가 따로 없는, 그저 손님의 취향과 주문에 따라 만들어 주는 그의 칵테일에는 섬세한 배려와 향이 입혀져 있다. 늘 마시는 진토닉이라도 어느 날은 백차를 인퓨징해서 향을 입히기도 하고 강렬한 시트러스함을 더한 버전의 칵테일을 추천하기도 한다. 사람을 위로하기도, 감정을 고양시키기도 하는 한잔의 중요함을 아는 바텐더의 배려랄까.
콩테 치즈와 사과졸임
블루 치즈 케이크
와인은 화이트 와인 만을 취급하며 곁들이는 안주로는 콩테 치즈와 사과졸임, 리큐어*를 분사해 얇게 향을 입한 블루 치즈 케이크 등의 맛의 조화로움에 집중을 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논알코올 음료도 준비하고 있으니 꼭 술을 즐기지 않아도 편안하게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나누어 볼 것. 마치 타로카드를 펼치기 전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
*리큐어 (liqueur): 알코올에 설탕과 식물성 향료 따위를 섞어 만든 혼성주 중 하나.
전화 070-7576-0897
주소 서울시 용산구 만리재로 180-1, 1층
영업시간 19:00~01:00(익일) | 화요일 휴무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4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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