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위축된 분위기를 벗어나 산뜻하고 화사한 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레스토랑의 정교한 플레이트 위에서 만나는 기쁨. 요리사의 기술과 정성을 통해 무딘 일상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경험과 행복감으로 에너지를 채워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 보려고 한다.
프랑스 요리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 글로벌 특급 호텔에서의 경력을 쌓은 캐내디언 재패니즈 파티시에의 화려한 디저트, 젊은 셰프의 잠재력 넘치는 요리와 노련한 소믈리에의 만남으로 빚어진 새로운 감성, 그리고 가볍고 펑키하게 즐기는 식재료 쇼핑과 와인 셀렉션까지. 맛있는 쉼표와 느낌표를 일상에 더할 수 있는 2월의 뉴테이스트로, 강민철 레스토랑, 밀레볼레, 바캉스 프로젝트, 씨와이 파티세리를 소개한다.(가나다 순)
- 강민철 레스토랑 KANG MINCHUL Restaurant
요리사의 꿈이라면 자신의 요리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덧붙여 이름을 짓는다면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 소중해지는 것.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 조엘 로부숑(Joel Robuchon),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등 최고의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아온 강민철 셰프가 작년 10월 한국에 돌아와 강민철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국내 몇몇 셰프를 통해 명맥을 이어가는 프렌치 퀴진에 새로운 호흡이 더해지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푸디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오픈 소식이었다. 3개의 테이블로 점심과 저녁을 운영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예약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해가 바뀌고 나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아뮈즈부슈
지하에 위치한 위치적 단점을 건물 입구부터 두툼한 카페트를 깔아 보완했고, 비밀스럽게 들어서는 레스토랑 공간은 작지만 아늑하고 우아한 선을 강조한 인테리어로 꾸몄다. 좁은 공간을 거울 파티션을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착시 현상을 이끌어냈다. 조만간 정식으로 오픈할 다른 공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고등어와 딸기
도화새우
안심스테이크
제주옥돔
통오리요리
통오리요리
크리스토플(Christofle), 베르나르도(Bernardaud)의 커트러리와 식기 라인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바카디(Bacardi)와의 협업으로 그 화려함을 극대화하는 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와인 글래스는 시도니오스(Sydonios)를 선택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크리스토플 커트러리
와인 3코스 페어링
전통적인 클래식 프렌치를 연상시키는 메인 플레이트, 그리고 연관되는 2~3개의 서플리먼트 구성을 넘어서 그 안에 담아내는 요리의 결은 적극적으로 셰프가 고민하는 창작 파트로 점점 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말해 형식은 그가 몸 담았던 피에르가니에르의 색을 차용했지만 완성된 음식의 컬러와 아이덴티티는 강민철 셰프가 지니고 있는 시간과 경험의 톤으로 나오는 것이다. 요리는 계절과 재료의 수급에 따라 변화된다. 매일 요리사가 체크하고 결정하여 스케치북에 그려내는 그림처럼.
레몬과 자몽 클린저
밀푀유
프티푸르
전화 02-545-2511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68길 18 지하1층 | 주차 발레 파킹
영업시간 12:00~16:00/18:00~22:00 | 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inchul_kang_
- 밀레볼레 mille bolle
스시인 건물 2층에 들어선 작은 와인 앤드 다이닝 레스토랑 밀레볼레. 요즘 성수와 삼각지 부근에 들어서는 내추럴 와인바에서 만날 수 있는 간단한 플레이트와 와인의 패턴에서 벗어나 컨벤셔널과 비오 와인의 셀렉션을 고루 갖추고 있다.
수려한 유로 와인 리스트와 그에 적합한 요리의 조합을 조율하는 이주형 소믈리에의 에너지와 함께 클래식과는 반대의 지점에서 새로운 장르의 요리를 구현하고 있는 젊은 조현준 셰프와 그의 팀이 함께 한다. 조현준 셰프는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요리를 공부했고, 가장 최근에는 발효를 위시한 노르딕 퀴진의 본진, 노마(Noma)가 일본에 오픈했던 이누아(Inua)에서 경력을 쌓았다. 체계적이고 실험적인 발효 미학에 빠져 있던 조현준 셰프는 이를 바탕으로 장르의 경계보다는 맛의 설계에 더욱 집중하여 밀레볼레의 메뉴를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구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름하여 컨템포러리 서울 퀴진.
비스코티맥앤치즈
비프볼로네즈
컬리플라워버팔로윙
황돔
황태채와진미채
크고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 대신 모던하고 간결한 선을 중시한 공간 안에는 보이지 않게 꾸민 디자인 가구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안쪽 룸 공간의 테이블과 입구로 이끄는 중문에 사용된 우드 워크는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귀한 작품으로, 공간의 묵직한 바디감을 잡아주고 있다.
음식은 간단한 스몰 플레이트와 파스타, 그리고 메인 요리로 꾸려져 있고, 이에 걸맞는 와인은 이주형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바꿔 마셔가는 묘미가 있다. 트렌드에 치중하기 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편을 선택한 새로운 힙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가오픈 중이며, 3월 초 정식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전화 02-6951-3099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2길 49 2층 | 주차 발레 파킹
영업시간 16:00~21:00 (마지막 주문 20:00) | 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illebolle_seoul/
- 바캉스 프로젝트 vacance project x dominic
지역사회 음주 문화 플랫폼이라 칭해지는 바캉스 프로젝트는 즐기며 마실 수 있는 와인과 식료품, 플레이트 등의 다양한 품목이 준비된 멀티플렉스 식공간이다. 이태원 메인 도로에 위치한 도미닉(dominic) 지하에 자리잡은 바캉스 프로젝트는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태원의 지역 특성에 맞게 소포장된 샤퀴테리, 스낵, 치즈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매장 테이블에서도 간단한 식사와 음주가 가능하다.
특히 독특한 테마를 정해 지속적인 팝업 행사를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2월 둘째 주말에는 샌드위치 전문점 큐뮬러스(Cumulus)와 컬래버레이션 팝업을 진행한다. 비트와 레몬 그라블락스 연어 샌드위치, 브리오슈 번에 잘게 찢은 돼지고기를 가득 채운 풀드 포크 샌드위치, 그리고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선별한 와인을 글라스 오더로 즐길 수 있는 펑키한 팝업 행사가 될 예정이다. 곧 버티고개점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또다른 독특한 컨셉의 기획 공간을 기대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2, 지하1층 | 주차 불가
영업시간 09:00~21:00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vacance.project/
- 씨와이 파티세리 SEEWHY PATISSERIE
딸기를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는 시즌이 되면 호텔마다 앞다투어 선보이는 딸기 뷔페를 일찌감치 기획하고 선보였던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 채드 야마가타. 캐나다 출신의 파티시에 채드 셰프가 홍콩 세인트 레지스(The St. Regis Hong Kong)에서의 근무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캐나다 장 조지(Jean Georges) 레스토랑을 거쳐 한국, 싱가폴과 홍콩을 돌아 한국에서 스튜디오와 샵 공간을 오픈한 그의 디저트는 단품과 애프터눈티 세트(사전 예약 필수)로 만날 수 있다. 장미향이 가득한 크루아상은 화이트 초콜릿에 덮여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을 표현하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 특별하게 예약한 테이블에 장미 꽃잎으로 장식을 해주는 섬세한 감동과 3단의 트레이를 채운 가토와 스콘들, 그리고 은은한 향을 머금은 티를 함께 즐겼다. 호텔에서 주로 맛볼 수 있던 화려한 애프터눈티 세트를 받아 드니 마치 홍콩의 호텔 라운지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스콘의 맛도 좋은 편이라 단품으로 판매해 달라고 조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티는 다만 프레르(Dammann Freres) 제품을 사용한다.
컨설팅이나 클래스 운영도 가능한 제과 전문가인 만큼 다양한 테마의 기획 또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많은 기대가 된다.
전화 010-9616-9480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9길 10-6, 2, 3층 | 주차 발레 파킹
영업시간 10:30~20:00 |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eewhypatisserie/
필자 소개 김 혜 준
사회에 나와 첫 직장인 프랑스 레스토랑 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프랑스 제과를 정식으로 공부했다. 입맛이 뛰어난 미식가이기보다는 맛의 조합과 구성을 좋아하는 즐식가가 되고 싶은 업계 14년차, 현재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