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심재범
이번 명절 연휴에는 상당히 많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이 영업을 재개했다. 커피 산업이 조금씩 이전의 모습으로 복귀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나무사이로에서 새롭게 출시한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와 커피 가격 상승에 대한 소식을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매장을 새롭게 확대한 한국 에스프레소 바의 상징 리사르커피와 평택을 대표하는 업체로 성장한 호커스포커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가나다 순)
1. 나무사이로 NAMUSAIRO COFFEE –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
한국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나무사이로에서 새로운 스페셜티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를 출시했다. 한 잔 분량의 스페셜티 커피를 만들 수 있는 2g 내외의 파우더가 5개 들어있는 세트의 가격은 7천1백원이다. 나무사이로의 대표적인 블렌딩인 ‘봄의 제전’, ‘몽상스’, ‘와이칸’, ‘디카프리오’의 4종이 들어있는 세트다.
(사진 출처: 이휘영 사진작가)
에티오피아 커피로 블렌딩한 ‘봄의 제전’은 블루베리와 라즈베리 잼과 같은 향미를 풍기고, 케냐 품종이 베이스인 ‘몽상스’는 캐러멜처럼 달고 발렌시아 오렌지 같은 향미와 질감이 좋다. 과테말라 와이칸 지방의 수세식 가공 커피를 사용한 ‘와이칸’은 미디엄 바닐라 같은 향미와 단맛의 여운이 좋다. 마지막으로 페루 디카페인 커피를 베이스로 한 ‘디카프리오’는 디카페인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커피 향미와 여운이 좋다.
(사진 출처: 이휘영 사진작가)
(사진 출처: 이휘영 사진작가)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매우 쉽다. 2g 내외의 일회용 크래프트 파우더를 150g 내외의 물이나 우유에 넣어 마시면 된다. 물에 넣은 아이스커피가 훌륭하고, 의외로 우유에서도 크래프트 파우더가 잘 녹는다. 모든 커피가 훌륭하지만, 에티오피아 블렌딩 ‘봄의 제전’ 커피로 만든 아이스라테가 특히 좋았다. 좋은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다면, 나무사이로 크래프트 파우더 커피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2. 리사르커피 LEESAR COFFEE ROASTERS – 약수점 리뉴얼
한국형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의 원조, 리사르커피가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쇼룸을 선보이고 있다. 쇼룸의 위치는 약수 본점 매장의 안쪽에 로스팅 머신이 있던 공간을 카페로 개장했다.
참고로, 하루에 다섯 잔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미묘하게 지역별 커피 선호도가 다르다. 서늘한 알프스산맥 주변의 세련된 북부 도시 사람들은 아라비카(Arabica)*와 스페셜티 커피가 포함된 섬세한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고, 따뜻한 남부 지역의 다혈질인 사람들은 로부스타(Robusta)*가 포함되었거나, 질감이 강렬한 에스프레소를 선호한다.
물론 공통된 특징은 에스프레소 바에서 한 잔에 1유로(1천5백원 내외)면 마실 수 있는 적절한 가격과 품질이다. 리사르커피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에스프레소를 선보였다.
*아라비카(Arabica): 에티오피아에서 기원한 커피 종으로,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커피 품종이다. 부드러운 맛과 향을 지니며, 카페인 함량이 적은 편이다.
*로부스타(Robusta): 콩고 지역에서 기원한 커피 종으로,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하는 커피 품종이다. 아라비카보다 향미가 약하고 쓴맛이 강하며, 카페인 함량이 높은 편이다.
리사르커피의 첫 번째 특징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리사르커피는 매장을 약수동으로 이전하면서 에스프레소 가격을 1천5백원으로 낮췄다. 저렴한 가격 덕에 어르신들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꾸준히 에스프레소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리사르커피는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리사르커피의 두 번째 특징은 이탈리아 현지 카페처럼 좌석이 없는 입식 에스프레소 바 구조다.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바리스타들과 대화를 나누고, 추가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마시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회전이 용이해서 대기하는 손님의 입장도 빨라졌다.
마지막으로 셀프 서비스.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주문서를 커피 바에 올려두면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준다. 일반 커피 전문점과 달리 주문이 밀려오는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바에서 익숙한 방식이지만, 동선과 위생이라는 점에서 서로에게 유익하다.
리사르커피의 추천 커피는 스트라파차토(strapazzato)*와 오네로소(oneroso)*. 나폴리식 에스프레소로 알려진 스트라파차토는 데미타스(demitasse)* 잔의 림(rim)* 부분에 크레마와 카카오 파우더를 코팅해서 내준다. 뜨거운 데미타스 잔의 열기에 가볍게 증발한 크레마와 코코아의 향미가 커피를 마시기 전 오감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에스프레소에 설탕과 크림을 추가한 오네로소는 리사르의 대표적인 창작 메뉴로, 에스프레소와 크리미한 달콤함이 잘 어울린다. 가격은 스트라파차토 1천8백원, 오네로소 2천2백원이다.
*스트라파차토(strapazzato): 에스프레소에 카카오 토핑이 올려진 나폴리식 커피
*오네로소(oneroso): 에스프레소와 크림, 우유가 들어간 커피
*데미타스(demitasse): 프랑스 말로 demi(반)와 tasse(잔)을 뜻하는 합성어. 보통 사용하는 커피 잔(4oz, 120mL)의 반 정도라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에스프레소를 담는 잔을 말한다.
*림(rim): 잔의 가장자리
3. 호커스포커스 HOCUS POCUS ROASTERS
호커스포커스는 한국형 스마트 로스팅 머신 스트롱홀드(STRONGHOLD) 소속인 김일학 씨가 시작한 로스터리 브런치 카페다. 최근 외국에서도 인기인 스트롱홀드의 영업팀장 김일학 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과 세계의 수많은 커피 매장에 다녀온 경험을 꾸준히 정리했고, 그동안의 경험을 호커스포커스에 잘 녹여냈다. 매장의 위치는 경기도 평택. 서울에서 조금 멀지만, 분당과 용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의외로 가깝다.
‘수리수리마수리’라는 의미를 지닌 호커스포커스는 총 4곳의 공간으로 나뉜다. 1층의 양쪽 공간, 매장 2층, 그리고 야외 정원까지 각 공간의 개성이 돋보이고 쾌적한 분위기다. 주차장을 지나 처음 마주하는 정원이 생각보다 넓고, 매장 내부 전면에 커피 바, 우측에 로스팅 룸이 자리 잡고 있다.
스트롱홀드의 쇼룸을 겸하고 있는 호커스포커스는 S7X, S8X, S9X 머신으로 샘플 로스팅, 싱글오리진, 블렌딩 커피의 원두를 로스팅 하고 있다. 커피 바에서는 추출 안정성이 뛰어난 키스반더웨스턴(KEES VAN DER WESTEN) 3구 에스프레소 머신과 메저(MAZZER) 그라인더, 말코닉(MAHLKOENIG) EK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있다.
메저는 향미가 좋은 커피에 적합하고, 말코닉 EK 그라인더는 정확한 절삭력으로 브루잉 커피의 향미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이외에 호커스포커스의 자동 브루잉 머신 마노(MANO)는 정확한 온도를 유지하고, 물줄기 조절 능력이 어지간한 바리스타보다 훌륭하다.
호커스포커스에서 인상 깊은 커피는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와 블렌딩 에스프레소다. 유투버 삥타이거와 협업해서 준비한 에티오피아 싱글오리진 브루잉 커피는 장미 향미가 아름답고, 질감과 밸런스가 훌륭하다. 기본 블렌딩 에스프레소는 땅콩 같은 고소한 맛과 질감이 좋다.
호커스포커스의 브런치 메뉴를 포함한 양질의 식사 메뉴도 매우 인상적이다. 기본 샌드위치와 샥슈카의 경우 재료의 질과 익힘 정도, 소스의 구성까지 훌륭해서 최근 용산에서 인기가 뜨거운 어프로치(Approach)의 브런치와 비교할 만하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공간의 규모, 구성, 커피, 로스팅, 추출, 직원들의 친절까지 겸비한 호커스포커스. 모처럼 수도권에 양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이는 브런치 카페가 등장했다.
4. 커피 가격은 언제까지 오를것인가?
지난 1월 25일, 커피 생두 업체 씨투씨플랫폼(C2C PLATFORM)과 린지커피(Lindsay Coffee) 컴퍼니가 공동으로 주최한 콜롬비아 커피 현황과 향후 국제 커피 가격 동향에 대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씨투씨플랫폼의 서명석 씨는 지난 12월, 한국 최초로 콜롬비아 현지를 다녀왔고, 최근 국제 커피 시장의 현황에 대한 내용을 세미나를 통해 공유했다.
코로나 시국 이후,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하는 커머셜 등급의 생두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뉴욕 생두 시장의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300% 가깝게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시판하는 상당수 커피 업체들의 가격이 순차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두 가격 상승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브라질에서 시작된 냉해, 콜롬비아를 비롯한 내수 시장의 확대, 코로나로 인한 산지 시스템 붕괴가 가장 크다. 일시적인 수급 불안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장 구조 탓이다 보니 아쉽게도 커피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커머셜 등급 커피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전부터 양질의 농장과 신뢰 관계를 구축한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커피 산지와 원활하게 교류하는 실력 있는 업체들 덕에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가격을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 소개 심 재 범
한국 커피 교육협회 바리스타며 Australia Tourism Department Certified Barista와 SCAA CQI Star Cupper, SCAA CQI Q-Arabica Grader까지 취득한 한국 최고의 커피 평론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저서로는 《스페셜티 커피 인 서울》, 《동경커피》, 《교토커피》가 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